제목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종걸 공동대표 발언
내용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의 연대발언입니다.

변희수 하사에 대해 말하는 것이 사실 저는 많이 어렵습니다. 부고를 접하고 저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나 한참 고민했습니다. 그 사이 장례와 여러 추모행동이 끝났습니다.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각계에서 변하사의 부고를 다뤘습니다. 추모를 더하며 육군과 국방부의 문제를 말하고, 마지막은 차별금지법 제정의 시급성이 언급되었습니다.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인데, 저는 그 이야기에 쉽게 힘을 보태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죽음조차 드러내지 못했던 성소수자의 인권 현실을 말해야 하지 않을지, 아니 이제서야 호들갑떠는 언론과 정치권을 비판해야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 또 다른 활동가와 커뮤니티 일원들의 죽음이 이어졌습니다. 말하기 두려운 것이 아니라 세상이 우리 이야기를 들어줄 능력이 있을까 스스로 비아냥 거리기도 했었습니다. 누군가 정말 죽어나가야 이 현실이 끝나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 문제라는 것을 왜 저는 누군가 정말 죽어서야 생각하고 있는지 되물었습니다.

변희수 하사의 용기에 힘을 얻었고, 함께 힘을 더하겠다는 사람들의 말들이 부고 이후에 가득했습니다. 사실 나는 이러한 수많은 말들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질문들의 답은 그제와 어제 이후 조금씩 풀리고 있습니다.

엊그제 25일 성소수자 추모의 공간 ‘KISS & CRY’ 에서는 온전히 추모에 집중하면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남아있는 자들의 마음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권력도 주목하지 않고 있지만, 질서를 교란하는 것을 숙명처럼 여기는 수많은 퀴어들은 ‘죽어야 끝나’라고 농담하며 삶의 이유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문란함이고, 또한 퀴어스러움입니다.

그리고 어제 차별금지법있는나라 만들기 국회앞 집중유세 중 창구 활동가의 발언을 통해서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15년 간 차별금지법제정운동을 위해 함께 했던 역사 속에서 퀴어들 역시 그 동안 알지 못한 수 많은 개인들의 존엄을 만났고, 이전까지 없던 연대, 다양한 축을 교차하며 발생하는 차별의 문턱을 마주했었습니다. 퀴어들의 문란함이 또 다른 언어를 만날 때 정말 세상을 변화하는 말들이 되고 있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퀴어라 할지라도 직접 마주 하지 못했던 한 퀴어의 죽음에 대해 무엇을 더 해야하는 것일까의 질문은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면서 길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25일 타리 활동가의 말처럼 오랫동안 우리의 곁을 떠난 무명의 성소수자들의 죽음들이 그 동안 또 다른 벽을 두드리게 했고, 담장을 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우리가 변희수 하사의 죽음을 추모하고 , 용기를 말하고 있는 이유는 차별의 벽을 두드리고, 담장을 넘는 운동을 함께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퀴어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함께 맞서고 연대하는 운동 말입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은 곧 제정될 것입니다. 성소수자들의 죽음이 두드린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운동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 운동이 더 많은 사람과 연대하려고 힘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흐름을 읽지 못하는 정치는 결국 낙오할 것입니다. 우리는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23482
생산일자 2022-02-26
생산처
생산자 이종걸
유형 일반문서
형태 일반문서
분류1 기념/추모
분류2 성소수자
분류3 군대
분류4
소장처 인권아카이브
다운로드 220226 故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제 이종걸 연대발언.odt(19271KB)
페이스북 공유하기